미신·무속에 빠진 북녘 동포들… 깊어지는 경제·식량난에 무당집 찾아서 점치고 굿

입력 2012-06-05 18:10


북한 내에 식량난 등 생존고가 심화되면서 점이나 굿, 부적 등 미신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윤여상)가 최근 탈북자 61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11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 점술 등 무속신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박한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부적을 갖거나 관상, 손금, 점을 보는 미신행위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이같은 미신행위가 청소년층에게까지 확산돼 북한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결심할 때도 점을 보고 날짜를 잡는다든가, 부적을 소지하는 등 미신행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에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북한을 떠나 중국 모처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심영숙(가명·37)씨는 탈북을 결심하기까지 점을 보는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제가 강을 건너기 전에 점을 치는 사람을 두 명이나 만났습니다. 귀인이 나타나 도와줄 것이라고 해서 제가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먼저 탈북한 남편을 찾아 최근 한국에 입국한 김윤희(가명·42)씨도 점쟁이들을 많이 찾아 다녔다고 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택하기 전에 점을 보고 탈북 날짜와 방향 등을 정했다고 전한다.

북한 당국은 무당굿을 비롯한 미신행위가 점점 확산되자, 주요 도시마다 ‘비사회주의 그루빠’(일명 타격대)를 조직해 무당과 점쟁이들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워낙 사회 깊숙히 파고든 데다, 주민들도 교묘히 단속을 피해가고 있어 근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북한 주민 사이에 무속행위가 만연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하나둘씩 생겨나던 점집과 무당이 이젠 평양 한복판에서 활동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웬만한 당 간부 집에서 무당굿을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닐 정도다.

백서는 북한 내 무속행위의 만연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생활에 위기를 느낀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적인 종교탄압국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주민들이 종교에 의지할 수 없게 되면서, 대신 점이나 부적 등 미신행위에 기대게 된 결과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계는 북한 주민에게 온전히 복음을 전하기 위해 북한 선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신학연구원 목회연구소장 김한경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제 미신까지 숭배하는 북한 주민들의 영적 갈급함을 직시해야한다”며 “더 늦기 전에 북한 선교의 문이 열리도록 기도하고 새로운 북한선교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