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사건 수사 새로운 국면… 前 감사위원 은진수, 조직적 개입 의혹

입력 2012-06-05 22:01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를 공개했던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편지의 전달자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지목함에 따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편지가 공개됐던 2007년 당시 은 전 위원은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법률지원단장과 BBK사건 대책팀장이었기 때문에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일 검찰에 출석해 “은 전 위원에게서 가짜편지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그동안 편지입수 경위에 대해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어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으나 이번 조사에선 “나중에 은 전 위원이 책상 위에 놓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그러나 “편지가 가짜인지 몰랐고, 작성에도 개입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대표는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경준씨의 BBK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하며 참여정부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엔 김씨와 미국에서 함께 수감됐던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낸 편지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로 밝혀졌다.

신명씨는 신경화씨와 면회 중 나눈 대화를 양승덕 경희대 전 관광대학원 행정실장에게 전했더니 나중에 양씨가 어디선가 편지를 써와 대필을 제안하면서 가짜편지가 만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양 전 실장은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이 내 차에 있는 편지를 가져갔고, 이후 홍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홍 대표가 은 전 위원을 전달자로 지목함에 따라 검찰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가짜편지의 배후가 새누리당 대선캠프 법률팀이라면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짜편지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 수사 진행 중에 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