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소비재산업 서민 가계 울린다… 최근 5년간 가격 상승률, 물가보다 48% 더 높아

입력 2012-06-06 21:57

최근 5년간 라면, 휘발유 등 독과점구조가 고착된 소비재산업의 가격상승률은 물가상승률보다 50%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독과점 업체들이 소비자 가계에 상당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조사됐다.

KDI는 6일 ‘독과점구조 심화와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독과점 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의 경쟁제한행위로 가격 상승이 초래되면서 소비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독과점 구조 고착 산업 중 소비재산업의 가격 상승률은 24.8%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16.8%)보다 48% 가량 높았다. 독과점구조 고착 산업이란 과거 5년 동안 연속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산업으로 2009년 현재 43개에 달한다고 KDI는 설명했다. 이 중 소비재산업은 라면 커피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참기름 등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위 1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이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로 규정된다.

우리 산업의 독과점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광업·제조업 부문 출하액을 기준으로 국내 산업들의 상위 3개 사업자 시장점유율은 2002년에는 47.6%였으나 2009년에는 55.4%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독과점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허핀달 지수도 1600에서 1820으로 상승했다.

특히 독과점업체들은 대외개방과 혁신은 등한시하면서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2008년 현재 독과점 고착산업의 해외개방도와 R&D 비율은 각각 27.4%, 1.7%로 제조업 전체(30.2%, 2.0%)보다 뒤처졌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7.08%로 제조업(6.12%)보다 크게 높았다.

KDI 진양수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독과점 구조 심화 및 고착화 현상은 경제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