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도시가 농업에 말을 걸다

입력 2012-06-05 18:31


6층짜리 대형 쇼핑건물의 옥상에 30종이 넘는 과일과 양파, 토마토, 가지와 같은 채소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는 매일 아침, 배달회사에 의해 인근 레스토랑으로 전달되고, 요리사들은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흡족해한다. 어디일까?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인구밀도가 높다는 도시 속의 도시, 뉴욕 맨해튼 브루클린이다. 물론 원래부터 이랬던 것이 아니라, 6만 달러의 프로젝트로 회색의 옥상을 농장으로 탄생시켰다.

도시농업의 발달은 역사가 깊다. 인간이 도시를 발달시키면서부터 이미 도시의 자급자족을 위해 도시농업의 형태가 나타났었다. 고대 이집트의 도시계획 속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고, 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는 페루의 마추픽추라는 도시가 있다. 15세기에 건축된 마추픽추는 해발 2430m의 산악도시로 요즘으로 치면 도면에 의해 철저히 그려진 계획도시다. 이 안에 마추픽추 도시인들의 먹을거리를 자체 생산했던 도심형 농업의 흔적이 잘 남아 있다.

그렇다면 도심 속의 농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에너지 절감이고, 둘째는 신선한 먹을거리의 제공이다. 그런데 어쩌면 도심 속의 농업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연결 고리에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인구의 50%가 이미 도시에 살고 있고, 2015년이 되면 서울을 포함한 세계 26개의 도시 인구를 먹여 살리는데 매일 6000여t의 식자재가 수입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입의 대부분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 혹은 다른 나라일 경우가 많다. 이때 바로 식자재의 운반을 위한 대규모의 운송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그 에너지 경비가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고스란히 담기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도시가 자체적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이 생긴다면 그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측한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지붕을 녹화시켰을 경우, 직사광선 차단으로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발생되고 있는 70%의 암이 우리가 숨쉬는 오염된 공기를 통해 형성된다고 한다. 결국 도시농업이 건강과도 밀접한 일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에게도 이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답답한 도시에 옥수수가 자라고, 가지, 오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농업은 기획거리나 혹은 행사로 유행처럼 지나갈 일이 아니기에 좀 더 체계화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장소를 만드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생산된 채소와 과일의 효율적인 공급을 위한 유통망 확보가 중요하다.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지, 인력의 확보와 교육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다. 농사를 두고 천하의 큰 근본이라고 했다. 다른 수식어를 붙일 것도 없이 이 말을 되새기면 된다. 도시농업이 한때의 유행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면 깊고 먼 안목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오경아(가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