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찬 의원의 한심한 북한인권 의식
입력 2012-06-05 18:31
민주통합당 이해찬 의원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해괴한 논리를 폈다.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지, 다른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자 외교적 결례라고 말한 것이다. 같은 당 임수경 의원이 술에 취해 탈북자 백요셉씨에게 폭언을 퍼부으면서 “북한 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라고 비난한 것과 유사한 뉘앙스다. 북한 문제에 관해 이른바 ‘내재적 접근’ 방식에 동조하는 통합진보당 내 주사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정 간섭이요, 외교적 결례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1948년 ‘세계인권선언문’을 채택한 뒤 세계 각국의 인권실태를 예의주시하며 인권 탄압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엔총회는 매년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며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권 유린 국가이기 때문이다.
파문이 일자 이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인권법의 국회 상정을 묻는 질문에 당론에 기초해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17, 18대 국회 때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한 민주당 당론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냈고, 지금은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인 이 의원이 당론에 따른 발언이었다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사과는커녕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신매카시즘 선동”이라고 되레 목청을 높인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여 저지한 북한인권법이 미국에선 2004년에, 일본에선 2006년에 제정됐다. 그리고 두 나라는 그 법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을 잘 활용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면서 유독 북한만 예외로 인정하려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는 이제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