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가입자 3500만… 이통사 “수익 직격탄”
입력 2012-06-04 23:55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보이스톡’이 사실상 국내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가 보이스톡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통사들은 ‘괴롭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보이스톡 시범서비스로 수익성이 악화된 이통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통신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등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또 이통사와 서비스업체 간 망중립성 논란도 심화될 전망이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못 쓰고=이전에도 다음의 마이피플 등이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유독 보이스톡 상용화에 민감한 이유는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350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4일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입자”라며 “보이스톡이 상용화될 경우 수익성에 심각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리서치회사 두잇서베이가 카카오톡 이용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카카오톡 무료통화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87%였다. 특히 ‘카카오톡 무료통화를 이용하면 통신 요금제를 더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겠다’는 응답자도 56%나 됐다.
그러나 저렴한 요금제로 바꿀 경우 보이스톡은 3세대(3G)에서 사용할 수 없다. 와이파이(무선인터넷)가 되는 곳에서만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이나 KT는 데이터 요금제에 따라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차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3G는 5만4000원 요금제 이상, LTE는 5만20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만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다.
3G에서 5만40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는 KT는 50∼60%, SK텔레콤은 60∼70%에 달한다. KT 관계자는 “약관에도 이미 이 같은 사실을 고지했다”면서 “서비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타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민단체의 고발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제한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공정위가 이통사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제한 정책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할 경우 통신사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 역풍 부나=이통사들은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늘어나면 요금을 인상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로 이통사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미국 등에선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매출 감소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이동전화 음성 요금을 인상하거나 요금제 가격을 올렸다.
이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전면 차단하거나 이를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요금수준에서 부분 허용하고 있다”면서 “요금제 조정 또는 요금인상 등 시장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들과 통신사들의 망중립성, 트래픽 과부하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도 가열될 전망이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키는 데다 망에 대한 투자 없이 기간통신망에 ‘무임승차’하는 서비스라고 주장해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