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반천산업단지 나무 폐기물 수천t 묻어 날림공사

입력 2012-06-04 22:00


민간사업자인 서울산개발㈜이 추진 중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수천t의 임목폐기물을 그대로 묻는 등 불법·날림으로 이뤄져 말썽이다. 이럴 경우 임목폐기물이 지하에서 썩으면서 지하수 오염, 지반침하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난 3일 오전 언양읍 반천리 산 629번지 공사현장에서는 날림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시방서에는 벌목과 제근(除根)작업 후 성토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산골짜기 안쪽 산 정상에서는 굴삭기와 트럭이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토사로 그냥 덮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6만평의 나무 약 4000t을 더 벌목 및 제건해야 하지만 공사비 때문에 굴삭기 1대만 작업하는 상태다.

이 공사현장에서 벌목 및 제근작업 책임자였던 김모(37)씨는 이런 불법·날림공사에 대해 지난달 23일 울산시청에 고발했다. 이에 시는 다음날 현장 감리단에 위반사항을 조사한 후 완료결과를 처리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감리단은 이미 땅속 깊이 15∼20m에 묻혀있는 임목폐기물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보이는 곳만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 토목시공업체 관계자는 “임목폐기물이 방수처리가 안된 상태에서 땅속에 방치될 경우 썩어 지반이 침하되기 때문에 건물이 붕괴되고 침출수가 생겨 지하수오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밀어붙이기식 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사금액과 공사기간 때문이다. 서울산개발㈜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현대엠코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엠코는 899억원에 낙찰을 받은 후 토목공사를 창일개발㈜과 대원개발㈜에게 하도급을 줬다.

엠코 관계자는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최소 30억∼40억원 정도 손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들 업체들도 은밀하게 재하도급을 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도 지난해 9월 착공했으나 토지보상 문제와 진입로 확보 문제로 예정보다 4개월 정도 늦은 지난 2월에야 본격 시작돼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다.

반천일반산단은 언양읍 반천리 일대 137만3276㎡에 2014년 9월까지 총사업비 2275억원을 들여 조성하기로 돼 있다. 고발자 김씨는 “이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평균지름 25㎝정도 되는 수백t의 임목폐기물이 3곳에 집중적으로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

울주=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