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정부의 이중성… 겉으론 “역대 최대 녹색정부” 자화자찬, 뒤에선 ‘온실가스 규제’ 저지 로비
입력 2012-06-04 19:08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겉으로 ‘녹색 정부’라고 자화자찬하면서 뒤로는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규제를 저지하기 위해 끈질기게 로비를 벌인 사실이 자국 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영국 관리들이 EU가 에너지 효율성 지침을 채택하는 걸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이 지침의 많은 조항들이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영국은 또 EU가 재생에너지와 관련 새 목표를 도입하는 것도 방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 두 가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럽이 추진한 쌍두마차다.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2050 에너지초안’을 통해 2030년까지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30%로 높이는 목표제를 추진했다. 영국은 이에 반대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사용 비율을 상당한 정도로 진전시킨다”는 모호한 문장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했다. 영국은 또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성을 20% 개선하려던 EU의 목표제도 구속력을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 재생에너지 목표제 채택 저지는 올 2월 취임한 현 에드 데비 에너지 장관뿐 아니라 전임 크리스 휴네 전 장관 때부터 집요하게 이뤄졌다. 이런 행태는 영국 정부가 최근 녹색에너지법안을 발의하면서 ‘팡파르’를 울렸던 사실을 무색케 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당시 각료들은 “역대 최대 녹색 정부”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며 저탄소에너지인프라 구축에 1100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의 활동가 조스 가르만은 가디언 보도에 대해 “현 정부 관료들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 로비에 함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