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등학생 투신 수사… 축구동아리 중학교 동창 “中 2∼3년때 때린적 있다”

입력 2012-06-04 22:02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고교 1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숨진 학생이 폭행을 당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4일 대구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김모(15)군과 함께 축구동아리에서 축구를 했던 중학교 동창생 A모군이 “중2 때와 중3 때 김군을 때린 적이 있지만 화해하고 친하게 같이 축구를 했다. 이후 의견 차이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한 적이 있고 가방을 들어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A군은 극도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 대구지방경찰청 케어팀과 심리상담사의 상담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군이 활동했던 축구동호회가 자주 갔던 장소 주변 CCTV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추가 가해 사실을 밝히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 2일 오후 7시5분 대구 지산동 한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채 발견됐고, 유서 성격의 메모와 휴대전화 문자를 남긴 것으로 경찰에 의해 확인됐다.

김군은 지난 1월 작성한 메모에서 “어떤 나쁜 녀석에게 맞았다. 그 녀석 말고도 많은 애들이 심부름을 시켜 괴로웠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김군이 숨진 당일 온라인축구게임 동아리 회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에도 “2년간 힘들었다. 그 놈과 싸우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맞아 죽을 것. 내 스스로 죽을 예정”이라고 남겼다.

김군의 자살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대구에서만 10명의 중·고생이 자살을 시도,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교육청과 경찰의 자살방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의 자살 사건 이후 쏟아졌던 학교폭력·대책이 도마 위에 다시 올랐다.

김군의 학교 관계자들은 김군이 숨지기 직전까지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축구동아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폭력징후는 없었다’는 결론까지 내렸다는 것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