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여객기 추락하자 군인·구경꾼 난투극에 약탈까지…
입력 2012-06-04 20:45
승객과 승무원 153명을 태운 나이지리아 국내선 여객기가 3일(현지시간) 추락하면서 경제중심 도시 라고스의 인구 밀집지역을 덮쳤다.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은 물론 지상에 있던 40명이 사망했다고 AFP 신화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민간 항공사인 다나항공 소속의 보잉 MD83기는 이날 수도 아부자를 출발해 라고스의 무르탈라 무하메드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착륙을 앞두고 이주 이샤가 지역의 2층 건물에 추락, 화염에 휩싸였다. 스텔라 아데에즈 오듀아 항공 장관은 “오후 3시43분 비행기는 관제탑에 엔진결함 등 응급 상황을 알렸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5분 정도 흔들거리며 저공비행을 하다 주거지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큰 폭발이 있은 후 불길이 치솟았고 자욱한 검은 연기로 인해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또 오렌지색 불꽃은 3시간 동안 타올랐고, 불이 꺼지고 나서야 구조대원이 사고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고기가 덮친 2층 건물에서도 불에 탄 시신 10여구가 수습되는 등 지상에서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연방비상관리청(MENA)에 따르면 비행기가 추락한 건물은 40여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추가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통신은 지상에서 최소 4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빌딩 한 채는 전파됐으며 근처에 있는 신축 중인 건물, 아파트,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
AFP는 추락 현장에는 부러진 비행기 날개와 잔해가 흩어져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으며 수천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구조대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군인들은 제지과정에서 고무채찍과 몽둥이를 휘두르는 등 난투극도 벌어졌다. 사고로 혼란한 틈을 이용해 일부 상점에서는 약탈행위도 벌어졌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을 약속했다. 적십자 대변인 아데예모는 “같은 날 나이지리아 바우치 지방의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적어도 15명이 숨지고 38명이 부상해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다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CNN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아프리카에서 항공기사고가 드문 일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1991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한 나이지리아 항공여객기가 이륙한 후 랜딩기어에 불이 나 261명이 모두 사망했다. 2005년 말,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두 번의 추락으로 22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