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그때 그모습으로, 황제우즈가 돌아왔다… 메모리얼토너먼트, 극적 역전승
입력 2012-06-04 18:59
타이거 우즈(37·미국)가 ‘골프 황제’로 불리는 데는 단순히 우승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는 뒤에 처져 있다가도 기술적으로 꼭 필요한 샷이 있으면 과감하게 시도했고, 수많은 경기에서 역전극을 펼쳐보였다. 이 때문에 그의 플레이를 본 갤러리는 그의 천재성에 대해 감탄하고, 그와 동반한 선수는 기세에 눌려 제 풀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265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또 한번 벌어졌다.
선두에 4타차 4위로 출발한 우즈는 15번홀까지 선두 로리 사바티니(남아공)에 1타 뒤진 상태였다. 15번홀 회심의 이글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1타차까지 추격한 상황이었다. 운명의 16번홀. 201야드 파3홀인 이 홀에서 우즈는 뒷바람을 감안해 8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우즈가 휘두른 샷은 그린을 지나 러프에 떨어졌다. 핀까지 거리는 15m에 게다가 내리막 경사였다. 그린 옆에는 워터해저드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핀 우즈는 60도 웨지를 꺼내들고 바로 풀스윙으로 플롭샷을 했다. 그린 주변 러프에서 주로 쓰는 플롭샷은 헤드를 열고 벙커샷을 하듯이 공 아래를 치고 들어가 높은 탄도로 띄우는 샷이다. 라이가 좋을 때 높은 탄도로 볼을 그대로 세우는 데 사용하는 로브샷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거리 계산을 잘못할 위험이 있어 어프로치 샷 중 난이도가 가장 높다.
클럽페이스를 떠난 볼은 절반 정도 날아 그린에 떨어진 뒤 천천히 굴러 거짓말처럼 홀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갤러리들은 오랜만에 보는 황제의 멋진 샷에 탄성을 질렀고 우즈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로 포효했다. 이 홀에서 사바티니의 보기로 선두가 된 우즈는 18번홀에서 6m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2타차 극적인 우승컵을 안았다.
중계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대회 주관자인 ‘골프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지금까지 내가 본 샷 중에 가장 믿을 수가 없고 배짱이 두둑한 샷이다. 샷이 짧았다면 상황은 끝났다. 샷이 길었어도 대회는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우즈는 그대로 집어넣었다”고 극찬했다. 경기 후 우즈는 “라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안쪽으로 잘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샷을 한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우즈는 지난 3월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시즌 2승째를 신고하며 개인 통산 73승을 기록했다. 니클라우스의 역대 최다승 2위와 타이기록이다. 우즈는 이제 샘 스니드의 통산 82승에 9승차로 다가섰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