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연 실체 몰랐다”… 인권위, 실수 첫 인정

입력 2012-06-04 18:46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공동대표 박광서)이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을 수주한 의도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인권위는 연구용역 선정이전에 종자연 홈페이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종자연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인권위는 “(연구용역 선정 과정을) 훨씬 치밀하게 했어야 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본지가 4일 입수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과제 및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종자연은 이번 인권위 연구용역 결과를 지렛대 삼아 관련법 제정 후 미션스쿨 내 신앙교육을 적극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부설 단체인 종자연은 강의석씨가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도맡다시피 해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미션스쿨 내 예배가 종교 강요로 위법’이라는 판결을 얻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권위 관계자는 4일 “종교시설에 채용된 직원의 종교 강요, 종립학교 내 예배강요, 정부 업무수행 과정 중 특정종교인에 대한 우대 등을 종자연에 연구과제로 주려 했으나 6개월이라는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종립학교 조사만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자연 연구용역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이 단체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설립·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의 입학조건, 종교 예배 참여 및 교과목 수강 강요를 조사하게 된다. 또 무종교 또는 타 종교 학생을 위한 대체과목 미운영 등으로 양심의 자유 침해 및 종교에 따른 차별 발생, 직원 채용, 특정 종교인 우대·배제행위 등을 조사하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종자연이 만들어진 것은 대광고 강의석씨 사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는 종자연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변호사와 헌법학 교수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구결과가 나오면 전문가를 데리고 공청회를 가지며 법제화나 기구설립, 의식개혁 등의 후속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권위는 종자연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확인 못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종자연 홈페이지에는 기독교를 공격하는 내용이 없지 않냐”고 주장했다가 사실 확인 후엔 “내가 확인할 땐 그런 게 없었다”고 발뺌했다. 실무자가 기독교의 종교편향 사례로 도배를 해놓은 종자연 홈페이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권위 다른 관계자는 “일반 단체가 연구실태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처음엔 대학교로 제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종자연의 경우 연구용역기관으로 인식하고 형식적으로 연구수행실적을 보고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훨씬 치밀하게 했어야 했다. 앞으로 지혜롭게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계에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낸 박종순(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기독교 학교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이 종자연과 같은 친 불교단체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선 한기총과 NCCK가 반드시 연합전선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광고가 소속된 예장 통합에서 부총회장을 맡고 있는 손달익(서울 서문교회) 목사도 “우리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정부기관이 종교편향성을 갖고 있는 단체와 일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종교편향은 물론 헌법정신 위배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손 목사는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기에 교단 산하기관은 물론 타 교단과 의논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어떻게 특정 종교인으로 구성돼 기독교 공격에 집중했던 단체에 종교편향 연구를 맡길 수 있나. 인권위 연구용역은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