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그룹 구명 로비 사건’ 뇌물 덫에… 신재민·이국철 각각 징역 3년6개월 실형
입력 2012-06-04 18:49
한때 호형호제하던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50) SLS그룹 회장이 뇌물이라는 덫에 걸려 나란히 징역 3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4일 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97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신 전 차관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300만원, 추징금 1억1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에서 활동할 당시 한 사업가로부터 고급승용차를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청렴해야 할 고위 공무원이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장으로부터 뇌물 9700여만원을 수수해 죄질이 나쁘고 국민의 신뢰도 손상됐다”며 “개전의 정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검찰에서 “대가를 바라고 카드를 줬다”고 진술한 것에 신빙성이 있고,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SLS 군산·통영 조선소 신설, 조선업계 구조조정 SLS 관련 법령 개폐 문제 등은 신 전 차관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계열사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신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억 달러 상당의 2차 수출보증보험 인수한도와 관련한 사기 혐의와 상생협력자금 476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신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내부 문제를 돌아보지 않은 채 SLS 조선이 워크아웃된 원인으로 정치세력의 부당한 개입이나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를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한 시도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고 관계된 공직자를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노출해 정경유착 의심을 증폭시키고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의 불법 행위에 공모한 혐의(강제집행면탈 등)로 기소된 대영로직스 문환철(43)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7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의 직무와 대가관계가 전체적으로만 성립돼도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포괄적인 대가성을 인정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또 근거 없는 주장을 무분별하게 폭로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킨 행위를 엄벌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