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녹는 잇몸뼈, 정기검진 받아라… 6월 9일 ‘치아의 날’

입력 2012-06-04 18:27


많은 사람들이 평소 허리와 무릎, 목 뼈 건강은 잘 챙기면서 잇몸 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쉽게 간과하며 지내고 있다. 왜냐하면 잇몸 뼈는 크게 손상되지 않는 한 이상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오복의 하나로 비유되는 건치(健齒)도 튼튼한 잇몸 뼈 없이는 ‘기초가 부실한 건물’과 같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최근 들어 치아손실 성인 환자들에게 각광받는 인공치아이식, 임플란트 역시 잇몸 뼈가 건강하지 않으면 시술이 불가능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제정한 ‘치아의 날’(9일)을 맞아 잇몸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튼튼한 치아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잇몸 뼈=잇몸 뼈는 치아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될 수 있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구치과 이성구 원장은 “잇몸 뼈가 치아를 단단히 잡아주기 때문에 단단하고 질긴 음식도 거뜬히 씹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당연히 잇몸 뼈가 약해지면 치아가 흔들리게 되고, 저작력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잇몸 뼈는 잇몸의 보호를 받는다. 잇몸이 치아 목 부분을 단단하게 에워싸고 있어 음식물 찌꺼기 등이 잇몸 밑으로 내려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 준다. 그러나 잇몸에 염증이 생겨 탄력을 잃게 되면 음식물 찌꺼기나 각종 세균들이 잇몸 뼈 속으로 쉽게 침투하게 된다.

잇몸과 잇몸 뼈에 염증을 일으키는 최초 원인은 ‘플라크’로 불리는 세균막이다. 플라크는 입 안에 있는 세균들이 침이나 음식과 섞이면서 생긴다. 또 치석은 이 플라크가 제거되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치석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풍치(치주염)를 유발하고 결국 치아까지 잃게 되는 빌미가 된다.

이 원장은 “치주염으로 이가 흔들리고 아플 정도면 이미 이뿌리를 붙잡고 있는 치조골(齒槽骨)이 소실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종합건강검진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치과를 정해 놓고 치아를 받치는 잇몸 뼈 상태도 6∼12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아 잃은 청소년, 잇몸 뼈 소실 방지 치료 필요=잇몸 뼈가 염증으로 녹지 않게 지키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서울 역삼동 포샤르치과병원 박태용 원장은 “잇몸의 염증이 뼈까지 파고들지 않은 초기의 잇몸병은 제대로 된 칫솔질과 올바른 생활습관만으로도 얼마든지 퇴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칫솔질의 기본은 3-3-3 법칙.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는 경우 매 식후 1회씩 3번, 회당 3분 이상 이를 닦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간식을 먹었을 때나 담배를 피우고 난 후, 그리고 잠들기 전에도 이를 닦는 것이 잇몸 보호에 좋다. 양치는 칫솔 모가 45도 방향으로 잇몸 쪽을 향하도록 하고 작은 원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치 시 칫솔 모가 잇몸에 닿아 마사지 작용을 발휘하고, 덕분에 잇몸의 탄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다만 만성 치주염 환자는 치아와 잇몸 사이 틈이 깊어 음식물 찌꺼기가 끼면 일반적인 칫솔질로는 잘 안 닦일 수 있다. 이때는 치간 칫솔이나 치실을 사용해 잇새에 낀 이물질을 꼼꼼히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치아가 빠지더라도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없다. 턱뼈의 성장과 더불어 치아의 위치도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아가 빠진 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잇몸 뼈는 위에 치아가 얹혀있지 않을 경우 6개월 안에 최대 50%까지 손실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 18세 이후 뼈 성장이 끝난 뒤 임플란트 시술을 하려 해도 잇몸 뼈 부족으로 다른 부위의 뼈를 떼어다 이식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 원장은 “청소년기에 영구치아를 잃었을 때 역시 바로 치과를 찾아 잇몸 뼈 손실을 방지하는 치료와 함께 부분틀니를 장착, 추후 임플란트 시술 공간을 확보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