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최승일] 물, 복지로 접근하자
입력 2012-06-04 18:36
우리가 물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생존에 필요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물은 그저 항상 있어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 중요한 물을 국민들의 복지에 연관지어 말하는 사람은 없다. 가뭄과 홍수의 대비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복지이고, 관개용수의 확보는 식량생산을 담보하는 복지이다. 공업용수 공급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민 소득수준을 높여주는 복지이고, 생활용수 공급은 어머니의 한숨을 덜어준 복지였다. 그런 연유로 정부는 가뭄과 홍수의 극복을 위한 조치, 관개용수 시설에 아직도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용수만은 유독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필요한 생활용수는 2010년 말 기준으로 165개의 수도사업자로부터 97.7%의 국민이 공급받는 현황이어서 외형적으로는 물 복지가 달성되었다고 할지 몰라도 내부적으로는 불균형도 이런 불균형이 없다. 특별·광역시는 주민의 99.9%가 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면지역의 주민들은 55.9%만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서울시는 수돗물 1000ℓ당 생산원가가 587.7원이고 수도요금을 514.2원 받고 있는 데 반해 소득수준이 낮은 강원도 정선군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2465원이고 주민들은 수도요금으로 1356.8원을 내고 있다. 물이 땅속으로 새는 누수율은 서울특별시가 약 4.2%인 데 비하여 정선군은 39%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은 노후된 관을 믿을 수 없다고 물을 끓여 먹는다. 에너지 차원에서 보면 이런 낭비가 없다. 불균형과 낭비가 발생되는 이유는 수도사업을 하는 지역적 차이 때문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특별·광역시보다 인구밀집도가 낮은 읍·면 지역에서는 주민 1인당 수돗물을 공급하는 관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고, 생산시설의 운영이 비쌀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일수록 노후관 및 생활용수 공급시설을 교체 및 개선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안타깝게 바라만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불균형을 국가 예산을 지원해 개선하는 노력은 번번이 가로막힌다. 중앙정부 예산이 생활용수 공급에 지원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일은 지자체의 기본 책무이므로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논리 하에서 주민들의 생활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활용수 공급은 지역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물론 물은 우리가 식수로 사용하는 마실 거리, 깨끗한 자연으로서의 볼거리, 강변의 쉼터가 되어주는 즐길 거리 등 우리 삶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물 사용에 있어 소외되고 취약한 지역과 국민들에게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복지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 환경시스템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