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법무 서면조사도 않고… 檢, 민간인 불법사찰·증거인멸 관련 ‘재수사 마무리하기로’
입력 2012-06-04 18:48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별도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권 장관은 불법사찰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할 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해 여러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4일 권 장관에 대한 서면조사 여부에 대해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권 전 장관이 검찰에서 요청하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비공식적으로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그럴 필요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입 여부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선에서도 확인이 안 되는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까지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한쪽의 일방적일 진술일 뿐이고, 반대쪽은 전면 부인하는 데다 딱히 손에 잡히는 증거도 없는 상황이어서 수사가치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권 장관도 공식적으로는 “전임지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사석에서는 억울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입장발표를 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괜히 의혹만 증폭시킨다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이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권 장관을 건너뛰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의 핵심인물인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지난해 2월 “민정수석실 K(김진모), C(장석명)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탄원서를 총리실에 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2010년 7월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컴퓨터 자료 파기를 지시하면서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권 장관이 뭔가 알고 있었을 것이란 의심이 드는 이유다.
게다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불법사찰로 구속된 사람들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 뒷수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 건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이런 행위들이 있었더라도 당사자의 자백을 받고 증거를 찾아내 기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의 ‘윗선’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