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막말 후폭풍… 민주당으로 불똥 튄 ‘종북 논란’
입력 2012-06-04 18:56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를 향해 타오르던 ‘종북(從北) 논란’의 불똥이 민주통합당으로 튀는 형국이다. 임수경 비례대표 의원이 탈북 대학생에게 ‘변절자’를 운운하며 폭언한 사실이 드러나자 새누리당의 공세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치하다가는 국민여론이 “도대체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종북 성향과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흐를 것이고, 임 의원 징계에 나서자니 내부 반발과 함께 “자질조차 검증하지 않은 공천을 책임지라”는 역풍도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한길 의원은 4일 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잘못된 언동”이라고 임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공·사석을 막론하고 모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는 이견을 드러냈다. 김 의원이 “사실관계 전모를 파악해 합당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밝힌 반면, 박 위원장은 “본인이 사과와 반성을 한 만큼 당으로서 (징계) 조치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견해차는 “당 차원에서 경고라도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여당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단순 실수를 우리가 나서 종북 성향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당내에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색깔론’을 펴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날 임 의원 ‘개인’을 비판했던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이번에는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공격했다. 그는 논평을 통해 “탈북자 전체에 대한 모독으로 개인의 사과로 마무리될 수 없다. 민주당은 (임 의원의) 반인권적, 반통일적 ‘변절자’ 발언에 공식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당직자는 “종북과 관련해서는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문제가 심각하다”며 “검토해 봐야겠지만 상황에 따라 임 의원도 윤리위 회부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황우여 대표도 2006년 방북 시 김일성 전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방문했다. 새누리당 기준대로라면 당 대표도 종북 성향”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임 의원은 이날 다시 한번 사과했지만 전날 발표한 자신의 성명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읽어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난을 샀다. 그는 워크숍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변절자라는 말은 통일운동을 같이한 하태경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한 사실을 지칭한 것”이라는 사과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도망치듯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임 의원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한 적 없다고 거짓말했다”면서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적대감이 사안의 본질인데 나를 문제 삼아 여야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다시 진실한 해명과 사과를 하라”고 쏘아붙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