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금융쇼크] 국내銀, 유럽계 차입금 급감… 신흥국들 보유 유로화 대거 내다팔아
입력 2012-06-04 18:44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유럽계 차입금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갑작스럽게 채권 회수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유로 위기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은 보유 유로화를 이례적으로 대거 처분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유럽계 차입금은 549억 달러로 국내은행(외국계 은행 지점 포함)의 총 차입금 242억 달러의 27% 수준이다.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지난해 6월 말 33%라는 점을 고려하면 급감한 상태다.
4대 시중은행도 유럽발 재정 위기가 악화했을 때 예상되는 갑작스런 자금 회수 가능성을 고려, 지난해 중반까지 30%선인 유럽계 차입 비중을 올해는 20%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은 상태다.
4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유럽계 차입금이 4억 달러 수준이다.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채권발행 제외) 정도다. 채권발행 분까지 포함해도 20% 이내다. 우리은행도 전체 외화차입금에서 유럽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다. 대부분이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으로 금융 위기가 심한 프랑스나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차입한 외화는 매우 적다. 하나은행은 유로존에서 빌린 돈과 발행한 채권이 전체 차입과 채권의 25% 선에 달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 지지를 위해 집단적으로 유로 투매에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는 5월 한 달 동안 7%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래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통화 딜러들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최대 매도자로 떠올랐다”며 “과거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유로를 대거 사 모으던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전한다.
글로벌 성장 둔화도 이런 경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유로를 팔아치우는 대신, 벌어들인 달러로 자국 통화를 사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한국의 경우 최근 수주 동안 원화 매입을 위해 70억 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보유 외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으로 상승했다. 반면 유로 비율은 25%로 낮아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