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사교육, 투자 비해 사회에선 영∼ 취업·연봉에 별 영향없다

입력 2012-06-04 18:54


소득계층별로 영어에 대한 투자와 성적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직장 채용이나 연봉책정에서는 영어구사능력이 별로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서 소득계층별, 지역별로 영어 투자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어 사교육 참여율의 경우 월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의 학생은 20% 수준이지만 5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은 70%를 넘는다. 사교육비 역시 100만원 이하 가구의 학생이 월 1만6000원인데 반해 7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은 10배 수준인 16만3000원에 달했다.

고소득층의 영어 투자는 성적으로도 직결되고 있다. 가구소득에 따른 과목별 수능성적 차이의 경우 수학·국어보다 영어에서 두드러졌다. 1만원당 수능 백분위 상승폭을 보면 영어가 0.029로 국어(0.022), 수학(0.019)보다 높았다. KDI 김희삼 연구위원은 “이는 가구 소득이 100만원이 많을 경우 영어 수능성적이 현재보다 29계단 오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어 투자가 대학진학 때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지만 직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김 연구위원의 조사결과 임금근로자가 대기업에 입사할 확률과 연봉을 높게 받을지 여부는 비싼 돈을 들여 가는 어학연수보다 졸업학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기업의 경우 채용기준 우선순위에서 1순위를 ‘인성과 적성’으로 꼽았으며 전공학과가 2순위, 영어능력이 3순위였다. 특히 대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 인성과 적성(1순위), 출신대학(2순위), 전공학과·학점(3순위)을 우선적으로 봤으며 영어능력은 최하위인 5순위였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기업이 채용할 때 영어능력, 출신대학, 업무 관련 경험 순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인식의 괴리감이 컸다.

김 위원은 “회사에서 다양한 인재를 요구하는 추세와 달리 여전히 우리 사회는 영어에 대한 맹신과 투자가 지나친 편”이라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