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금융쇼크] 김석동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 위기감 되레 키우는 금융 수장

입력 2012-06-04 19:01


유럽발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공포감을 확산시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이번 유럽사태는 자본주의 역사 흐름 속에서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충격의 크기 측면에서 리먼사태와 이후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리스 사태가 조기 진화되지 못하고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이될 상황에 있는데,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실물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위기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하도록 당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공포는 더욱 확산됐다. 대공황 당시처럼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최악의 경제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금융위는 이날 김 위원장의 간부회의 발언 내용을 즉각 ‘간부회의 말씀 내용’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김 위원장 발언대로라면 지금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시장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불 난 집에 기름을 쏟아부은 꼴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불필요한 발언으로 오히려 위기감을 확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