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건너간 한국미술품 86점 120여년 만에 고국나들이

입력 2012-06-04 19:29


미국 유수의 박물관에는 한국실 또는 한국 코너 30개가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19세기부터 최근까지 미국으로 건너간 작품들이 이곳에 소장돼 있다. 이 가운데 9개 주요 박물관의 한국미술품 86점이 길게는 120년 만에 고국에 왔다. 이들 작품은 한·미 수교 13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일부터 8월 5일까지 여는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 특별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미술을 소장하다’에서는 미국의 한국미술품 소장 역사를 조명한다. 19세기 말 미국인 소장자들은 도자기, 특히 고려청자에 관심이 많아 한국을 직접 방문하거나 미술상을 통해 작품을 구입했다.

미국인의 한국미술 첫 소장품은 고려시대 제작된 ‘청자 꽃·새 무늬 매병’이다. 1892년 보스턴미술관이 일본 미술품 수집가인 에드워드 모스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보존상태와 문양 등에서 볼 때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인 ‘청자 연꽃 무늬 주전자’는 구한말 선교사였던 언더우드 후손이 56년 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후원했던 루이스 세브란스의 후손이 21년 클리블랜드박물관에 기증한 ‘청자 앵무새 문양 술병’은 정형미가 뛰어나다. 미술품 수집가인 앤 라이스 쿡이 27년 호놀룰루미술관에 기증한 ‘청자 모란 무늬 소반’은 미국 최초의 한국실 전시품이다. 미 대사관 직원 그레고리 핸더슨이 91년 하버드미술관에 기증한 가야시대 ‘바퀴 달린 잔’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물이다.

2부 ‘한국미술을 전시하다’는 미국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연도에 따라 작품을 배치했다. 74년 뉴욕에서 처음 한국실을 설치한 브루클린박물관의 ‘한익모 초상’은 조선후기 초상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78년 한국실을 설치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의 조선시대 ‘계산목우도(溪山牧牛圖)’는 오른쪽과 왼쪽 폭을 2000년과 2005년에 각각 구입해 비로소 짝을 이뤘다.

3부 ‘한국미술을 빛내다’에서는 미국 박물관의 한국실 전경과 역대 한국미술 관련 특별전 도록 및 자료를 전시한다. 전시기간 중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일요일 오후 3시 해설 시간이 마련된다. 무료 관람(02-2077-90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