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장애인 국회의원

입력 2012-06-04 18:28

‘국가와 사회는 헌법과 국제연합의 장애인권리선언 정신에 따라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1998년 12월 선포된 장애인인권헌장 서문의 일부다.

헌장에는 ‘장애인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 주거,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2항),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분리, 학대 및 멸시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누구든지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여서는 안 된다’(9항)는 등의 조항이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사람대접 받으면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 ‘도가니’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여전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학생 연두와 유리, 민수가 용기를 내 자신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못된 어른들을 고발한 것 역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어디엔가 고통 받는 장애인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도 사실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도가니’ 파문을 계기로 전국 200개 장애인생활시설 이용 장애인 5800여명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39개 시설에서 59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의심사례가 드러났다.

장애인들이 꾸준히 국회로 진출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장애인 인권과 복지 증진에 있다. 2008년 18대 총선의 경우 장애인 14명이 출마해 8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올해 19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4명, 비례대표 4명 등 총 8명의 장애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지역구 2명(새누리당 심재철·민주통합당 이상민), 비례대표 2명(새누리당 김정록·민주당 최동익)이 당선됐다. 지난 총선보다 부진한 성적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통합진보당에는 장애인 당선자가 없다.

19대 국회에서 ‘1호 법안’을 발의한 영광의 주인공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출신인 김정록 의원이다. 지난달 30일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21만여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맞춤형 복지 지원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다. 그 열정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의원을 포함해 장애인 국회의원 4명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존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