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9)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
입력 2012-06-04 18:17
암 전문의·영양팀, 국내 유일 ‘암환자 전문 요리학교’ 운영
서울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원장 이동기)에는 다른 암병원(센터)에선 볼 수 없는 시설이 있다. 바로 이 병원 영양팀이 암 전문의들과 함께 운영하는 ‘메디컬 쿠킹클래스 조리실습 교육장’이다. 메디컬 쿠킹클래스란 임상영양 전문가와 각 암 전문의들이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암 종류별로 매주 2회씩 권장 식단을 소개하고 조리실습까지 도와주는 강좌를 가리킨다.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이 암 치료에 있어 올바른 영양섭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목적으로 2010년 4월 개설한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암 환자 전문 요리학교다. 현재 이 메디컬 쿠킹클래스는 다른 병원 암 환자들의 참가 문의가 잇따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총 97회에 걸쳐 연인원 1390명의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수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기(54)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 원장은 4일 “미래의 암 치료는 환자중심의 통합진료와 전인치료가 표준이 될 것”이라며 “우리 병원이 그 중심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메디컬 쿠킹클래스 식의 대(對)환자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암 치료 성적을 높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갑상선암 유방암 등 여성암 치료 특화=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이 요즘 특히 관심을 쏟는 암 질환은 갑상선암 유방암 자궁암 등 주로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것들이다.
1998년 국내 최초로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 절제술’을 도입한 이후 ‘유방보존 유방암 절제술’과 ‘환자 맞춤 치료’ 등 국내 유방암 치료 분야를 선도해 온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전통을 여성암 치료 전반으로 확장해 이어가기 위해서다.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 절제술이란 과거 유방암 수술 때 전이를 우려, 무조건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도려내던 것을 수술 전 림프절 전이 여부를 먼저 살펴보고 림프절 절제를 제한적으로 시술하는 수술법이다.
이 시술은 외과 이희대 교수와 정준 교수가 이끌고 있다.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의 전신인 영동세브란스 암센터 소장을 역임한 이 교수는 그 자신이 대장암을 극복한 경험을 자신의 암 환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어 환자들에게 더욱 믿음이 가고 정감이 가는 유방암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대장암 예방 골드리본 캠페인 홍보대사 등을 역임했다.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은 최근 들어 여성 암 1위인 갑상선암 치료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연인원 2만7000여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 중 2561명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최다 실적이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불가 판정을 받은 재발성 및 난치성 갑상선암 환자도 100명 이상 치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몽골과 러시아는 물론 의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갑상선암팀의 치료 성적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실제 외과 박정수 장항석 교수팀의 1㎝ 이하 갑상선암 수술의 10년 재발률은 5% 미만에 그친다. 이 분야 선두주자로 알려진 일본 노구치병원(7.9%), 미국 메이요클리닉(4.8%)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이들 교수팀은 다른 병원에서 2∼3차례에 나눠 실시하는 중증 갑상선암 환자의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도 1회의 고용량 치료로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산부인과 김재훈 교수가 이끄는 부인암클리닉은 여성성을 보존하는 암 치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예컨대 난소 손상 위험이 있는 방사선 치료의 경우에도 난소 위치를 바꾸어주는 수술을 먼저 시술한 후 방사선 치료를 시도, 암 치료 후 임신이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은 조만간 유방암·갑상선암센터와 부인암클리닉, 성형외과를 한 구역에 통합 배치해 환자 편의를 최대한 도모하는 ‘여성암 특화 진료구역’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내시경 이용한 소화기암 조기치료도 활발=여성 암뿐만 아니라 소화기암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95년 위암 복강경 수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위암클리닉은 조기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히 외과 최승호 교수팀은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연구진과 공동으로 ‘유전자 분석 위암발병 예측지수 모델’을 개발, 수술 후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정기검진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덜어줘 주목받고 있다.
외과 손승국 교수를 중심으로 한 대장암 치료팀은 ‘신속진료시스템(Fast Track)’을 도입, 검사 후 1주일 안에 수술까지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손 교수팀은 대장암 수술 시 환자의 항문기능을 가급적 보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항문기능을 잃고 인공장루를 착용한 환자들이라도 ‘인공항문 재건술’을 통해 일반인과 같은 배변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강남세브란스 암 전문병원은 첨단 암 치료기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로봇수술기인 ‘다빈치-S’ 모델을 아시아 최초로 들여와 전립선암 수술은 물론 자궁암과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췌장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뇌 밑바닥에 생긴 ‘두개저종양’ 수술을 비롯해 정상조직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뇌종양 제거에 쓰이는 첨단 내비게이션 수술 장치, 뇌종양 세포에만 염색이 되는 약물을 수술 전 환자에게 주입한 후 이를 특수 형광 현미경으로 보면서 제거하는 장비도 눈에 띈다.
이밖에 흉부외과 이두연 교수팀은 수술이 힘든 폐암 치료 시 체외에서 특수 전기장을 쏘아 암세포를 죽이는 ‘온열치료기’를 2008년 국내 최초로 도입, 일단 암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이 가능하게 유도하고 통증도 대폭 경감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간췌담도암 전문가이기도 한 이동기 원장팀은 췌장 및 담도암 환자의 가장 큰 합병증인 담도관 폐쇄에 따른 황달과 암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항암제 방출 스텐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동기 암 전문병원 원장은
△서울(1958) △연세대 의대 졸업(1984) △연세대 의학박사(1996)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2003∼현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이사(2001∼2003, 2005∼2007, 2009∼2011) △대한췌담도학회 학술이사(2005∼2006) △대한소화기학회 총무이사(2007∼2009) △국제소화기인터벤션학회(SGI) 사무총장(2008∼2010) △대한의사협회 의과학상 수상(2008)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과장(2009∼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