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파라오’ 무바라크는… 자국 법정서 심판 받은 첫 아랍 독재자
입력 2012-06-03 19:45
30년간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은 ‘아랍의 봄’으로 물러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독재자 중 처음으로 자국 법정의 심판을 받는 치욕을 겪었다.
공사를 졸업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무바라크는 1969년 공군 참모총장에 올라 이스라엘과의 제3차 중동전쟁에서 참패한 이집트 공군을 재건한 뒤 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초기에 이스라엘군을 압도적으로 몰아붙여 전쟁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를 발판으로 75년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되고 나서 79년에 집권 국민민주당(NDP)의 부의장에 선출됨으로써 사다트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아랍권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던 사다트가 81년 10월 이슬람주의자 장교의 총탄에 암살되자 당시 부통령이었던 무바라크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사다트 암살 후 불안한 정국을 비상계엄법으로 통제했다. 지난달 31일에야 해제된 비상계엄법은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정권안보의 도구로 활용돼왔다. 무바라크는 여당 후보의 출마가 제도적으로 어렵도록 한 선거법을 바탕으로 5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지난해 2월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밀려 사임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8월 3일 첫 공판 이후 교도소 대신 카이로 인근 군 병원에 ‘수감’된 상태에서 가족 면회가 허용되는가 하면 매일 수영을 하는 등 편안한 수감생활을 해왔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전했다.
무바라크는 유죄평결 후 헬리콥터로 카이로 남부의 토라 교도소로 옮겨가던 중 갑자기 통증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는 2시간30분여 동안 “가족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교도소로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한편 아랍의 봄에 휩쓸린 다른 장기 독재자들은 세상을 떠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아직도 유혈학살로 버티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국에서 사실상 축출된 상태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고,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말 후임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에게 권좌를 넘겼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