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판결은 처형” 대규모 시위… 이집트 무바라크 선고공판 이모저모
입력 2012-06-03 19:44
2일 오전 10시, 이집트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서 열린 호스니 무바라크의 선고공판은 이집트 국영 TV와 알자지라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법정의 철창 안에 갇힌 채 침상에 누워 재판을 받는 그의 모습은 독재자의 초라한 말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리파트 재판장은 이날 판결문에서 무바라크의 집권 기간을 “30년간의 암흑시대이자 악몽의 시기”라고 규정하며 “무바라크가 시위대 유혈 진압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라바크에게 25년형을 선고한 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에게도 25년형을 선고했다. 이때 경찰학교 밖에 몰려 있던 시민들은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그러나 곧이어 재판부가 무바라크의 두 아들 가말, 알라의 부패 혐의와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유혈진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자 일부 방척객은 ‘신의 판결은 처형’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은 성명을 내고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은 시민혁명 기간 동안에 시위대에 발포한 혐의로 고소된 경찰관이 포함된 150여건이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로 끝났다고 전했다.
이날 ‘세기의 재판’을 지켜보려는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진압경찰과 군인 7000명을 주변에 배치했다. 재판장 안팎에서 무바라크 지지자와 반대세력간의 충돌로 20명이 다치고 4명이 체포됐다.
아랍의 봄을 이끈 시민들의 분노는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민중봉기 과정에서 해방구 역할을 했던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에 “군부 통치는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 시위대 사살에 공모한 6명의 책임자들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분노한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고 BBC가 전했다. 항의 시위는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만수라 등에서도 진행됐다.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로 대선 결선에 오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의 선거 캠프 사무실은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집트 청년들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판결내용은 오는 16, 17일 대선 결선투표에도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다시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판결 내용은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 무슬림 형제단 후보인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샤피크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르시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당선되면 무바라크와 그 정권 관계자에 대한 재판을 다시 진행할 것”을 약속하며 이집트 시민들에게 대규모 시위를 요구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