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GDP 974조원… 우리에게 광둥성은?

입력 2012-06-03 19:44

지난해 중국 광둥(廣東)성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2674억 위안(약 974조4700억원)이었다. 중국 내 31개 성(省)·시 가운데 23년 연속 최고다. 이러한 광둥성 경제 규모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보다 크다.

광둥성은 알려진 대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부르짖었던 개혁·개방이 시작된 곳이다. 개혁·개방 정책이 흔들리자 1992년 그가 시장경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던 남순강화(南巡講話)도 선전(深玔), 주하이(珠海) 등 주로 광둥성에서 이뤄졌다.

그러니 “광둥성이 없었으면 오늘날 중국은 없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광둥성은 “값싼 노동력과 환경 파괴에 의존한 성장으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2일 낮 광둥성 정부 안내로 방문한 광저우 시내 ‘TIT 창의(創意)산업지구’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TIT는 ‘섬유산업 및 무역(Textiles Industry & Trade)’을 뜻한다. 과거 방적기계를 생산하는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광둥성 정부 주도 아래 패션 산업의 메카가 돼 있었다.

이곳에는 패션 관련 6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에게는 패션 디자인에서부터 패션쇼, 광고 등 브랜드 구축 작업에 이르기까지 패션 관련 종합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에 따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성화봉송 주자들의 유니폼을 이곳에 입주한 기업이 디자인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광둥성에는 포스코,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 수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교역 흑자 약 380억 달러 중에서 무려 280억 달러가량은 광둥성과의 거래에서 얻은 것이다. 광저우의 한국 기업인은 “대중 흑자액에 100억 달러가량을 얹어서 일본에 갖다 바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대일 적자 현상을 표현했다.

중국, 그중에서도 광둥성이 한국에게 어떤 곳인지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 없을 듯하다. 광둥성 정부는 이번에 20명 가까운 베이징주재 한국특파원들을 초청해 광둥성의 발전상을 보고 가도록 했다. 우리는 어떻게 광둥성과 장기적인 상생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할까.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