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협상 난항에 민주 “재추천” 공식요구… 대법관 공석사태 오나

입력 2012-06-03 19:10


내달 10일 퇴임하는 대법관 4명의 후임자 임명이 국회의 임명동의 문제에 걸려 대규모 대법관 공석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간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민주통합당이 3일 대법관 임명 제청 후보자의 재추천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18대 법사위 소속 의원과 율사 출신 19대 의원 등 20여명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지난 1일 선정한 후보 13명은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만큼 재추천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등이 모여 단 2시간 만에 가려낸 13명의 후보자를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기수별, 지역별, 학교별 안배만 했을 뿐 성별, 가치관 안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 후보자도 없을 뿐 아니라 후보자 대부분은 수구 보수로 평가되고 어떤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고교 후배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 몫으로 천거된 김홍일 부산고검장을 겨냥, “이명박 대통령에게 BBK 사건 면죄부를 줬던 수사 책임자가 검찰 내부 영전을 거쳐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보 추천 단계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최원식 의원은 대법원장이 법무장관과 후보자 명단을 상의했다면 헌법을 위반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고, 정성호 의원은 후보를 재추천하지 않으면 철저하고 혹독한 청문회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권교체를 노리는 대선 국면에서 사법부 권력의 보수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여야 의석 분포가 비슷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강행 처리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민주당의 재추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지만 4명의 대법관을 최종 낙점하는 과정에 야당과 여론의 요구를 반영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김 고검장과 양 대법원장 고교 동문이 2명이나 추천된 점을 문제 삼고 있는 분위기이다. 상대적으로 비서울대와 향판, 교수 출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후보자의 발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구색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주 중 최종 4인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정재호 이용웅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