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정정길 전 靑실장에 서면질의서 보냈지만… 檢, 수사 마무리 위한 ‘요식행위’?
입력 2012-06-03 19:09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는 임태희·정정길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에게 지난달 31일 서면질의서를 보냈다고 3일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두 사람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서면질의서를 보냈고, 아직 답변서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7월부터 대통령실장으로 재직한 임 전 실장은 불법사찰 사건 사후 수습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2010년 9월에는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가족에게 위로금으로 금일봉을 건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임 전 실장의 측근인 이동걸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비서관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으로 4000만원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실장이 불법사찰 관련 인사들에게 전방위로 입막음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임 전 실장은 “노동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구속돼 가족들이 힘들어한다는 보고를 받고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8년 6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대통령실장으로 재직한 정 전 실장은 불법사찰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8년 8월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이 최근 공개되면서 정 전 실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이 문건에는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VIP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는 “진경락 과장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임·정 전 실장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긴 했지만 수사대상에는 올려놓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에게 관련 의혹을 확인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어려워 요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비공개 소환한 뒤 “사법처리는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처럼 이들의 서면조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의혹이 여전한 상황에서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종결하려 한다는 느낌도 적지 않아 순탄한 마무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