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서울로 이사온 문재인… 대선길 조급했나

입력 2012-06-03 18:59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2일 부산에서 서울 구기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서울로 이사합니다. 참여정부 마치고 내려가며 다시 서울에서 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서울 생활은 조금 더 희망적인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고문은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과 동시에 고향인 경남 김해로 낙향하자 인근 양산으로 이사했다. 양산에 머물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살았으나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대선주자로 부각됐다. 지난해 말 부산 사상으로 거처를 옮긴 문 고문은 4·11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은 그 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 고문이 지역구인 부산 사상을 떠난 것은 6·9 전당대회 직후로 예상되는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그는 배지를 달자마자 도망치듯 거처를 옮긴 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을 염려한 듯 3일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렸다. “어제 트위터에 ‘이사’라고 한 표현은 어폐가 좀 있었네요. 부산의 주소지를 유지하면서 서울로 오가야 하는데 서울에 있을 동안 머물 거처를 마련했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둘러 이사한 데서 그의 조급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문 고문은 총선 직전 잠시이긴 해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호각지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총지휘한 부산 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함에 따라 지지율이 하락했으며 이후 ‘이해찬-박지원 담합’을 지지하면서 당내에서 조차 코너에 몰렸다. 지도부 경선에서 자신을 비롯한 친노 핵심이 미는 이해찬 후보가 대표직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로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김두관 경남지사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