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까지 장악한 친박… 다음 수순은
입력 2012-06-03 18:42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 진영의 다음 행보는 뭘까.
친박계가 여당 지도부에 이어 19대 국회 수뇌까지 장악하자 당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물음이다.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 주자들이 3일 경선관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박 전 위원장과 친박계를 계속 압박하고 있지만 사실상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150명 새누리당 의원들의 성향 분석까지 돌고 있다. 뚜렷한 친박 의원 60명을 포함해 절반에 육박하는 70여명이 친박계로 분류되며, 비박은 불과 10여명 남짓하다는 것이다. 중립 성향 의원들은 60명 정도 되는데, 이마저도 박 전 위원장이 ‘러브 콜’만 보내면 언제든지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마디로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여당은 ‘접수’가 완료된 상태인 셈이다. 여기에 한때 당 대표 후보로도 거론됐던 강창희 의원의 국회의장 입성은 박 전 위원장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식 입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친박계의 차기 행보는 대선 출마 선언과 캠프 구성에 맞춰져 있다. 캠프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박 전 대표 의중에 따라 일사불란한 조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 선언은 박 전 대표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대목으로 알려져 있다. 비박 진영과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국민 메시지를 찾고 있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은 2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패티김의 은퇴공연을 관람하며 여전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친박 진영 내부적으로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는 ‘박근혜 때리기’에 대한 대책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 시기도 구체적이라는 후문이다. 박 전 위원장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1970, 80년대와 국회에 들어온 98년을 나눴다는 것이다. 물론 무게중심은 후자에 있다. 당내 비박 진영과 야당의 ‘네거티브 공세’도 여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의혹도 미리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공약과 주요 정책도 사전에 점검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가장 강력한 여권주자여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검증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투 트랙 준비를 거쳐 캠프가 발족하면 박 전 위원장은 본격 대선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