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동센터 소외계층 청소년의 ‘K클래식 합창단’… 도레미도 모르던 아이들이 아름다운 ‘희망 화음’

입력 2012-06-03 18:42


K클래식 합창단의 구성원은 지역아동센터 소외 아이들이다. 그들의 지독한 가난과 희망 없는 암울한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시작은 지난 3월이었다. 노래는 아이들의 탈출구이자 희망이다.

소프라노 임청화(48·백석대) 교수는 우연히 지역아동센터에서 한부모 가정 등 소외 계층 아이들이 풀이 죽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의 영혼을 음악으로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합창단을 만들었다. 노래 보다는 빵과 과자,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단원이 되려고 하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산만한 아이들이라 연습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도레미도 모르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목소리에 희망을 담아 노래했다. 어두운 곳에서 있으면서 오히려 희망을 전하는 K클래식 합창단의 목소리는 은은한 감동을 선사한다.

임 교수는 매주 금요일 오후 서울 새빛지역아동센터(원장 최미옥), 해피엘지역아동센터(원장 박효정), 맘밀존지역아동센터 아동 30여명을 매주 금요일 오후 방문해 지도한다. 또 토요일 오전에는 부천 상동에 위치한 굿뉴스사관학교 강의실에서 소외 지역 아동 30여명을 지도한다.

합창을 지도한 지 2개월 만에 지난 19일 국회 동심한마당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게 됐다. 공연을 본 각 단체 관계자들은 “빈곤층 아이들의 기적”이라며 앞 다투어 이들을 초청했다. 가수가 꿈인 이호진(11)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래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K클래식 합창단은 다음 달 23∼28일 청주시청에서 서울시청까지 약 150㎞ 국토순례를 한다. 주제는 ‘한국의 아름다움! K-Classic!’. 창단할 때에 비해 음악적으로 한층 성장한 K클래식 합창단은 평소 다져진 노래 솜씨와 세련된 무대 매너를 보여줄 예정이다.

낮에는 가곡의 무대인 산과 들을 걷고 저녁에는 임 교수가 어린이들에게 가곡을 지도한다. 마지막 날 해단식에서 임 교수에게 배운 가곡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보리밭’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남촌’ 등 다양한 합창곡을 선보인다.

특히 K클래식 세계화 선포식과 K클래식 후원자 1004명 운동, K클래식 홍보대사를 임명하게 된다.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기적인 K클래식 음악회를 열고 K클래식 보급운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지난 1일 서울 자양동 영광교회 3층에서 아이들과 맹연습 중이던 임 교수는 “K클래식 합창단 공연은 따뜻한 체온이 있다”면서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K팝 열풍처럼 K클래식도 전 세계에 보급됐으면 좋겠다. 좀 더 실력이 쌓이면 찬송이나 성가곡도 가르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