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대형마트의 한숨

입력 2012-06-03 18:12

경제 주체들의 이익을 다루는 법안에는 정답이 없다. 한쪽 이익이 커지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최선책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선책도 어렵다면 제3의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한쪽 손해만을 감수하게 한 법안은 후유증을 남긴다. 최근 여야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런 유의 법안이다.

새누리당은 전통문화와 자연보전이 필요한 중소도시에서 새로운 대형 유통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기초자치단체장이 5년간 한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마트의 신규 입점 금지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기존 유통매장의 영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전국적으로 매장을 관리·운영하는 유통업체에는 타격을 줄 수 있다.

새누리당의 개정안보다는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0시∼오전 8시’에서 ‘오후 9시∼이튿날 오전 10시’로 확대했다. 또 의무적인 휴업일수도 현행 ‘월 1∼2회’에서 ‘월 3∼4회’로 강화했다.

현행법이 지난 4월 15일부터 시행된 지 한 달여 만에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활동을 크게 제한한 개정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7명 전원이 서명했으니 당론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현행법 시행과정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과 휴무일 확대로 업체별로 5% 안팎의 매출액 감소를 겪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월 2회 휴무로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의 매출 감소는 신선 식품의 거래 감소와 비용 증가, 고용 감축,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농·축산·어민을 포함한 중소 납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상당수의 비정규직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일터를 잃게 된다. 500만 가구가 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 일거에 흔들릴 수도 있다. 규제를 대폭 강화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 피해가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할지도 모른다. 현행법을 시행했지만 골목 상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과연 대형 유통업체를 쥐어짜는 것만이 해법일까. 재래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이자 순리가 아닐까 싶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