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김영재] 한·중 FTA, 상호 발전의 기회로
입력 2012-06-03 18:19
우리나라 제1의 교역대상국이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협상개시가 공식적으로 선언되면서 예상되는 경제적 이해득실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는 이미 2004년부터 산·학·관 공동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와 협의를 거쳤으나 농수산물을 포함한 양국 간 민감 부문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가시적인 성과가 미미하였다. 그러나 지난 3월 한·미FTA가 정식으로 발효되면서 한·중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FTA는 양국간 자유무역에 의한 경제적 이익의 추구이므로 다자간 협상에 의해 회원국에 대한 무차별원칙을 강조하는 WTO(세계무역기구) 협상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FTA는 선점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중국경제를 볼 때 한·중 FTA의 협상개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이해된다.
기회와 위협 양날의 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경제성장의 동력을 수출과 투자에 두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내수에 의한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금년에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공표하기도 하였다.
개방 초기 맹목적인 외국자본 유치전략에서 최근에는 환경친화적, 에너지절약형 첨단기술 중심으로 외국자본을 선별적으로 유치하거나 또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중·서부 내륙지역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적 수준과 위상의 변화로 인해 성장전략의 변화와 함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첨단기술 기반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산업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1999년 10여명의 중국 청년들이 설립한 알리바바라는 전자상거래회사는 불과 십 수년 만에 e-bay와 경쟁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연구개발센터를 지닌 화웨이라는 이동장비제조회사는 조만간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중저가 휴대전화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첨단 IT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중 FTA는 분명 거대한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의 농수산물시장이 중국산 수입품으로 더욱 메워져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훨씬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근소한 기술적 차이로 중국시장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첨단 IT산업마저도 곧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선의의 양보와 배려 있어야
절대강자만 생존한다는 IT산업의 속성상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유무역과 투자촉진 등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두고 수출 및 투자의 확대를 기대하지만 중국은 자유무역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함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한·미 동맹체제를 약화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한·중 FTA가 양국간 경제협력의 확대를 도모하고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선의의 양보와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울러 30여 년 전에 시작된 중국의 용트림이 이제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첨단 IT산업으로, 외부지향적인 양적인 성장전략에서 내수 위주의 질적인 성장전략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김영재(부산대 교수·중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