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인선, 사회변화 수용할 수 있어야
입력 2012-06-03 18:18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발표한 대법관 후보자 13명의 면면을 놓고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칫 국회 동의 과정이 지연되면서 법원 최고 조직이 공백 상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율사 출신 의원 등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인선이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다며 재추천을 요청했다. 민주당의 지적 중 일리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추천된 대법관 후보는 현직 판사가 9명이고 서울대 법대 교수 1명도 부장판사 출신이어서 법관 위주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출신 대학별로는 비(非) 서울대 법대가 5명 포함돼 현재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인 구성에 변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여성은 1명도 없어 여성 대법관이 2명에서 1명으로 줄게 됐다. 여성 중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지만, 여성의 역할이 확대돼 가는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사회 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갈수록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를 지키면서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법원 구성에서 다양성의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조만간 대통령에게 제청할 4명의 후보를 최종 압축할 때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야당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불필요한 시비를 부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대법원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정략 때문에 임명 동의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헌법재판소 공백 사태가 재현되는 경우다. 헌재는 조용환 후보자의 안보관 시비가 불거져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11개월째 재판관 1명이 공석이다. 그 여파로 미묘한 사안에 대한 결정이 900건 이상 미뤄지고 있다. 헌재는 9월에 추가로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19대 국회에서는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 임명 절차가 제때 처리되도록 후보 추천이나 제청은 물론 인사청문 과정에서 상생의 미덕이 발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