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를 ‘변절자’로 부르는 국회의원
입력 2012-06-03 18:16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에게 퍼부은 폭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탈북자 ××가 국회의원인 나한테 함부로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들아” “하태경 그 변절자 ×× 내 손으로 죽여 버릴거야”라는 부분이다. 임 의원은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후 진보진영에서 ‘통일의 꽃’으로 불리다 이번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문제의 발언은 임 의원이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백요셉씨와의 만남에서 불거졌다. 백씨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일 저녁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임 의원을 우연히 만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나 웨이터가 바로 삭제하길래 항의하자 임 의원이 “보좌진의 판단”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후 백씨가 농담조로 “이럴 때 북한에서는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고 말하자 임 의원이 바로 폭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임 의원의 발언에는 문제가 많다. 국회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육두문자를 퍼부은 것도 품위를 잃은 처사지만 더욱 중대한 것은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보는 시각이다. 탈북자는 북한의 세습독재를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탈북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런데도 쉽게 ‘변절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임 의원의 대북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임 의원은 “보좌관에게 총살 운운한 학생을 꾸짖은 것이 전체 탈북자 문제로 비화됐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의 뇌리에는 아직도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좌로 읽힌다. 종북주의자가 통합진보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임 의원은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국민을 향해서도 진솔하게 해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