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주권자의 손

입력 2012-06-03 18:13


언젠가 교회 복도를 지나면서 한 청년의 찬양 소리에 그만 발길을 멈춘 적이 있다. 다소 투박한 노래 소리 속에는 청년의 진심과 고민이 깊이 녹아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혹 굽어 도는 수가 있어도, 내 심장이 울렁이고 가슴 아파도, 내 마음 속으로 여전히 기뻐하는 까닭은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심일세!… 가는 길이 온통 어둡게만 보여도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네!” 악을 쓰며 불러댔다. 아마도 청년은 앞길이 막막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작은 믿음의 손을 결사적으로 뻗어 하나님을 붙들려는 심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이 말씀을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어쩌면 가장 익숙한 말씀, 그러나 가장 놀라운 말씀이 아닐까? 이 말씀 속의 ‘모든 것’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다. 기분 좋은 일만 아니라, 고통스럽고 원치 않았던 일도 포함된다. 더 놀라운 것은, 심지어 내가 실수하여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도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이 재료가 되어 하나님의 아름다운 결과가 결국에는 만들어지고야 만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러므로 믿는 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한가지밖에 없다. ‘내가 지금 주권자의 손 안에 있느냐?’ ‘그 손이 나와 함께 하느냐?’ 이것만 확인하면 된다. 이것만 확인되면 우리는 안심할 수 있다.

예수님도 겟세마네 기도 후에 바로 이것을 확인하셨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잔”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마음을 꽉 채운 확신이 무엇인가? 주권자의 손과 상관없이 이 시간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기도 속에 바로 주권자의 손을 확인했다. 어둠과 침묵 속에 아무것도 들리거나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손이 만져진 것이다.

짐 엘리엇 선교사의 부인 엘리자베스 엘리엇을 생각해보자. 남편이 에콰도르 원시 종족에 의해 죽은 뒤, 부인은 그 땅에 들어가 성경 번역을 계속했다. 나중에는 그 종족들로부터 초대를 받아 어린 딸과 함께 2년 동안 같이 살기도 했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온 부인은 사람들의 냉담과 몰인정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게 된다. 재혼을 했지만 새 남편이 그만 암으로 죽고, 다시 재혼을 하게 된다. 그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가 험한 인생을 이긴 비결을 들어보자. “내가 밀림에 살 때에, 내 곁에는 항상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가 있었다. 종종 세찬 시내를 건너야 할 때 나는 무서워서 도무지 건널 수가 없었다. 통나무 아래를 볼 수가 없었다.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의 손이었다. 그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지금 나에게도 주권자의 손끝이 느껴지고 있는가?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