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화재 관람료 획일적 징수 불법”… 법원 “통행 자유 침해”

입력 2012-06-01 19:08

사찰 경내를 통과하는 등산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획일적으로 받아온 행위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문화재 등을 관람하지 않고 인근 도로만 통과해도 무조건 돈을 받아온 일부 사찰의 관람료 징수행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박범석)는 1일 강모씨 등 74명이 지리산 천은사와 전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재판에서 “피고는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에게 각자 문화재 관람료 1600원과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천은사가 경내를 관람하지 않고 단순히 지방도 861호를 이용해 산에 오르려는 강씨 등에게 문화재관람료 1600원을 받은 것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방치한 전남도도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강씨 등 74명은 2010년 12월 천은사 경내인 지리산국립공원 지방도를 거쳐 지리산 성삼재를 등반하려다 돈을 내지 않으면 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는 천은사 측 요구에 따라 1600원씩을 냈다.

이들은 등반 후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도로만 단순히 지나는데도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천은사와 도로관리청인 전남도를 상대로 57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1년6개월 만에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국내 일부 사찰들은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는데도 도로입구에 요금소를 설치하고 문화재관람료를 일방적으로 징수해 등산객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순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