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과의 전쟁’ 여성 사범 첫 구속… 술취해 이웃현관 망치 휘두르고 “불지르겠다” 협박·욕설
입력 2012-06-01 18:56
서울 종로경찰서는 1일 술에 취해 이웃주민들에게 폭력과 욕설을 일삼은 혐의(폭력)로 이모(52·여)씨를 구속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주취폭력(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여성 주폭사범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주폭(酒暴)은 술에 취해 이웃에 행패를 부리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음주난동자를 뜻하는 말이다. 김 청장이 2010년 충북경찰청장에 취임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경찰에 따르면 종로의 한 빌라에 혼자 사는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1시50분쯤 술에 취해 빌라 관리 일을 맡고 있는 정모(39)씨 집을 찾아가 일을 잘 못한다며 현관문을 망치로 내리치고 폭언을 한 혐의다. 이씨는 “휘발유를 뿌려 불질러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성적 모욕감을 주는 욕설도 퍼부었다. 이씨는 당시 소주 1병과 막걸리 2병을 마신 상태였다.
이씨는 지난달 19일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정씨를 찾아가 양파를 던지고 손톱으로 다리를 할퀴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 입건됐지만 정씨가 용서해 풀려났다.
이씨와 같은 빌라에 살던 박모(63)씨의 경우 2010년 2월초 술에 취한 이씨에게 볼펜으로 어깨를 찍히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이사를 가기도 했다. 이씨는 1988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려 상해, 폭행, 손괴, 음주소란 등으로 모두 13차례 형사입건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평소 소주 한 병과 막걸리를 마시면 아주 ‘또라이’가 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중부·남대문·성동 경찰서가 마련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치안보고회’에 참석해 “경찰이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아 그동안 주폭사범의 구속률이 낮았다”면서 “주폭이 활개를 치는 것은 99%가 경찰 책임”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 “경찰서에 와서 행패를 부릴 정도의 주폭들이라면 평소 가정과 이웃에 끼치는 피해도 상당할 텐데 보복당할까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경찰이 찾아가서 범행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습적으로 범행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아 주폭 범죄를 척결할 것”이라며 “나아가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취임 이후 31개 경찰서에 주폭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상습 주폭사범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서 이날까지 모두 41명을 구속했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