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從北보다 從美가 문제”… 남쪽서도 듣던 소리
입력 2012-06-01 18:56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이처럼 똑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주사파 출신 정치인들의 종북 성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구당권파 핵심인 이석기 의원은 지난달 11일 케이블채널에 나와 “종북 운운하는데 종미가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로부터 “민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도 전향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변한 것이다. 그로부터 20일이 흐른 지난 31일 조평통은 “늘 남조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종북이 아니라 종미”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논리적 일치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구당권파 다수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당권파의 당원 비상대책위원회 오병윤 위원장은 1일 라디오에 출연해 “종북이란 건 옳지 않은 표현이다. 반공이데올로기의 여러 악폐가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김재연 의원 역시 지난 3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옛날의 주사파 논쟁이 다시 되살아나는 게 굉장히 놀랍다”고 했다. 앞서 이상규 의원은 지난 23일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시민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종북이란 말 자체가 유감”이라고 했다.
종북 문제뿐 아니라 현 정국 인식에서도 구당권파와 북한의 시각은 거의 일치한다. 조평통은 새누리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움직임에 대해 “보수패당의 모략 소동”이라거나 “친미 보수세력 재집권을 위한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남조선 진보세력을 말살해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발악한다”고도 했다. 김재연 의원이 “보수세력이 이전부터 경기동부니 종북세력이니 하며 논란을 일으켰는데 모든 문제가 그 연장선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보정당에 대한 극심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 대목과 닮은꼴이다. 양측 모두 ‘원인 제공자’는 빼버린 채 보수세력 음모론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구당권파 실세인 안동섭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언제나 그 입은 가만히 있을지. 유시민의 입, 정말 나쁜 입”이라는 글을 띄워 유시민 전 공동대표를 인신공격했다. 유 전 대표가 “구당권파가 이석기 의원을 살리기 위해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렸다”고 한 데 대한 비난이다.
한편 오 위원장이 방송에서 “혁신 비대위가 당의 지휘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현실적으로 (혁신 비대위를 당 공식기구로) 인정한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