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엑소더스’… 1분기에만 1000억 유로 국외 이탈

입력 2012-06-01 18:50

올 들어 1분기에만 스페인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0%나 되는 1000억 유로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과 함께 스페인 당국의 경제 통제력이 상실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인도 등 세계경제의 버팀목인 주요 신흥경제국들도 유로존 위기충격의 직접적인 범위로 본격 진입한 것으로 분석돼 전 세계 동반침체 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스페인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스페인 자본시장에서 1∼3월 해외로 유출된 자금규모가 970억 유로(141조원)라고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스페인 관련 자산을 대거 매도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채권 보유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 라즈 바디아니는 FT에 “최근 수치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자금 유출규모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나의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스페인 정부와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방식이 미흡하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31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위원회에 참석해 덱시아 은행을 예로 들며 “스페인이 금융구제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1차 평가에 이어 2, 3, 4차 평가가 나오는 것은 최악의 처리방식”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통화기금이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에 대해 내부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31일 “IMF는 스페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수반하는 계획을 입안하고 있지 않으며 스페인이 IMF의 재정지원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각광받던 브릭스 등 신흥국들의 성장도 ‘급추락’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인도의 1분기 GDP 증가율은 5.3%로 2003년 1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1분기 8.1% 성장에 그쳤으며 브라질 역시 지난해 2.7%로 전년의 7.5%보다 급격한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신흥국들이 경기 부양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투자자들과 금융·기업들이 대출 및 신규사업 축소 등으로 반대 방향으로 반응하고 있어 부양효과가 있을지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