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 식량공출로 아사자 발생 인정”… 마이니치신문 보도

입력 2012-06-01 18:44

올해 초부터 북한 황해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 아사(餓死)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군대의 무리한 식량 공출 때문임을 북한 당국이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북한 무역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조선노동당 지도부가 지난 3월 중순 작성한 내부 문서에서 이같이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황해남도의 연안과 백천, 청단 외에 황해북도 개성시의 일부 지역에서도 연초 집단농장의 노동자와 가족 등이 다수 아사했다.

조선노동당 내부 문서는 이에 대해 “황해남도가 수해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농장원들 가운데 식량 부족으로 어려운 세대가 증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서는 또 “농장 세대가 군량미를 보장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해 식량난이 흉작뿐 아니라 과도한 군량미 공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은 군을 우선하는 선군정치를 국가의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다”면서 “군으로의 식량공출을 우선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견해를 내부 문서에 기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무역관계자에 따르면 황해남도는 북한의 곡창지대이지만 작년 7월의 수해로 수확량이 예년보다 감소했다. 또 수확의 대부분을 국가가 공출해 농장 노동자들은 2∼3개월분의 식량밖에 배급받지 못해 기아가 속출했다.

북한에 다시 불어닥친 식량난은 증산정책에도 불구하고 새로 등장한 김정은 체제 수호를 위해 군대용 식량을 확보하려는 북한 당국의 독려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군수용 창고에 최대 100만t까지 군량미를 확보해야 하는데다 봄가뭄까지 겹치면서 식량난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4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중지된 한국 미국 등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이 당분간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