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체육대회 가느냐고 묻데요”… 서울시 ‘쿨비즈’ 첫 날 표정

입력 2012-06-01 18:44


1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시청셔틀버스에 오른 30여명의 서울시청사 남산별관 직원 중 10여명은 공무원이 된 뒤 처음으로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했다.

대민업무 부서가 아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앞장서 ‘쿨비즈(CoolBiz)’ 운동에 나선 첫날이었다. 환경정책과 환경지원팀 김병호(38·행정7급)씨는 “여름 내내 이 복장으로 다니겠다”며 “반바지 차림이 시원하고 좋은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공무원이 된 이상진(53) 녹색산업팀장은 “20여년의 공직생활 출근길에 처음으로 반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것을 본 아내가 체육대회 가는지 야유회 가는지를 묻더라”며 “좀 쑥스럽기는 해도 반바지 복장이 홀가분하고 마음도 가볍다”고 말했다.

남산별관에 근무하는 500여명의 직원들은 이날 독특한 체험을 했다. 300여명의 남자 직원 중 40명가량이 반바지 차림을 해 사무실 분위기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반바지 차림의 공무원들을 일본 NHK와 아사히신문에서도 집중 취재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반바지 차림이 세계적인 관심사라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이 원전사태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어 에너지절약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남산별관 2층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과장에게 결재를 하러 갈 때는 구두를 착용하고 결재를 받았다. 치마를 입고 온 한 여직원은 신발 뒤쪽을 꺾어 신고 편안한 차림으로 일에 몰두했다. 반바지를 입지 않은 공무원들은 긴 바지를 정강이까지 올려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반바지 의무화’와 관련해 “나 혼자 긴 바지를 입고 있어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라고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행사에 나가지 않을 경우 면바지에 캐주얼한 복장을 하면 분위기가 자유로워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라며 쿨비즈 복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시 공무원들은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시 공무원들의 반바지 차림이 점점 늘어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