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비리 온상으로 비쳐져 유감”… 화랑협회 기자간담회
입력 2012-06-01 18:18
국내 화랑계는 요즘 울상이다. 미술시장이 바닥을 쳐 그림이 팔리지 않는 데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미래저축은행 등 불법 교차 대출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등 미술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불거진 이런저런 일을 보다 못한 한국화랑협회(회장 표미선·사진)는 1일 서울 소격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술계 현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회장은 “그림이 검은돈이나 비자금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지는 바람에 화랑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일부 갤러리의 잘못으로 화랑계 전체가 욕을 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랑협회는 삼성 비자금 사건 때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로 파문을 일으킨 후 오리온그룹에 이어 이번 저축은행 사건에까지 연루된 홍 대표를 회원에서 제명시키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현재 재판 중이어서 보류한 상태다.
표 회장은 “홍 대표가 협회에 이름만 올려놓았지 총회 등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화랑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만큼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위축된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화랑 전속작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A화랑에서 관리하는 작가가 B화랑에서 전시를 열어 작품이 판매될 경우 그림값의 20∼30% 정도를 A화랑에 주는 방식이다.
또 미술품을 구입해 미술관 등 공공단체에 기부할 경우 그림값의 60%를 보전 받는 세금감면 혜택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그림이 여전히 암암리에 판매되고, 그림값도 투명하지 못한 실정에서 이런 조치가 최근 현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특정 계층만을 겨냥해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화랑계가 구태를 벗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