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酒暴과의 전쟁, 전국으로 확대하라

입력 2012-06-01 18:05

서울지방경찰청이 주취 폭력(주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10일 취임하면서 주폭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후 관내 31개 경찰서에 전담팀이 신설돼 지속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상습적이고 죄질이 나쁜 주폭자가 구속됐다. 2000년 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의 ‘청소년 성매매와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민생에 한걸음 더 다가선 치안행정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술로 인한 폐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주폭 신고건수가 2010년 기준으로 36만건에 육박한다. 지난해 범죄발생보고서를 보면 살인사건 가운데 37.1%가 주취자에 의해 발생했고 강간·추행사건은 30.6%, 폭력사건의 35.7%도 술과 관련돼 있다. 특히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73.2%가 술 취한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112출동 현장이나 지구대 등에서 행패를 당한 경찰관이 부지기수고, 소방방재청은 119구조대원을 폭행하는 행위를 엄벌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음주 행패 처리에 경찰력이 소진되면서 치안 복지가 약화되는 기회비용을 사회 전체가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상습적인 주폭자는 지역 영세상인들에 민폐를 끼치는 민생사범이기도 하다. 광주지법이 최근 세 차례 주취 폭력 전과가 있는 50대에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취돼 기억이 없다고 하지만 술을 마실 경우 범죄 위험성을 스스로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참작 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신고해봤자 경범죄로 풀려나 다시 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겠다는 적절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주폭과의 전쟁은 비단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할 사안이다. 경찰단속과 함께 술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 분위기와 제도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다만 과거 경찰의 집중단속 때 빚어졌던 실적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경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