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임 부장판사가 제시한 법관의 자격
입력 2012-06-01 18:08
광주지법 문유석 부장판사가 법원 게시판에 연재하는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부장판사가 된 그는 4월부터 재판 과정의 소회와 판사들의 일상 등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올린 7건의 글을 보면 법관이 갖춰야 할 능력과 소양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재판부의 식사 장면을 묘사하며 판사에게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식사할 때 부장님(재판장)이 열변을 토하는데 배석 판사들은 고개만 끄덕이거나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이 묵묵히 식사만 한다고 소개하면서 TV 예능 프로에서 롱런하는 유재석처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살아 있는 법정이 된다는 것이다. 판사들 간에 대화가 단절되면 합리적인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판례 검토에만 매달리는 판사들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한 모임에서 ‘어떤 판사가 10년간 TV를 보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재판 기록을 읽고 대가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참석자들이 공감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참석자들은 ‘모두가 공분하는 범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형이 선고될 때 판사들은 다른 별에 살고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문과 인터넷 여론까지 살피는 등 세상과의 소통을 강조한 그의 주문은 아주 적절하다.
그는 서초동(법조타운)에서 연장자가 가운데, 젊은 두 분이 좌우에서 ‘삼각편대’ 비행을 하면서 셋 다 뒷짐을 지고 걸으면 판사들이 틀림없다고 했다. 초임 판사 시절 자신이 재판장 왼쪽이 아닌 우배석 판사 옆으로 ‘공간침투’를 했더니 우배석 판사가 재판장 왼편으로 ‘순간이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연공서열과 가부장적인 판사 사회의 문화를 지적한 것이리라. 조직이 경직되게 운영되면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가카 새끼 짬뽕’ ‘가카 빅엿’ ‘MB, 뼛속까지 친미’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부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런 때에 문 부장판사가 제시한 법관의 자격은 국민의 공감을 살 것이다. 그의 고언에 동의하는 판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