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넘쳐나는 北 간첩, 안보의식 다잡아야

입력 2012-06-01 18:09

북한 간첩이 넘쳐난다. 탈북자로 위장한 여성 간첩도 있고, 비전향 장기수 출신임에도 희한하게 전 정부로부터 대북사업을 허가받아 지금까지 멋대로 북한을 오가며 간첩질을 일삼은 자와 외국 교포 간첩도 있다. 이게 언필칭 남북한 간 이념대립은 끝났다는 오늘날 한반도의 현주소다. 그나마 이들은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거대한 빙산의 본체처럼 숨어서 암약하고 있을 간첩이 얼마나 많을지는 불문가지다.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 잠입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여간첩 이경애가 적발돼 구속됐다. 임무가 무엇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그보다 앞서 역시 탈북자로 위장 귀순했던 보위부 소속 여간첩 원정화(2008년)와 김미화(2010년)가 각각 현역 군인 및 서울 메트로 간부에게 접근해 군 내부 정보와 서울 메트로 대외비 문건을 빼내려다 붙잡힌데 비추어 정보 수집이 주목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며칠 전에는 최신 군사기술을 빼내 북한에 전달했거나 하려던 비전향 장기수 출신 대북 무역회사 대표와 뉴질랜드 국적의 교포가 구속됐다. 이들은 중국에서 “한국의 첨단 방위산업기술을 수집해 보고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교란장치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장거리 로켓 위치추적 안테나, 스텔스 전투기 도료 기술 등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간첩짓을 하다 복역하고 가석방된 비전향 장기수 출신은 ‘일관되게 북한을 자신의 조국이라 여기며 오로지 충성심에서 간첩활동을 했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북 안보와 보안을 거론하면 ‘색깔론’이니 ‘철 지난 이념 공세’라고 주장할 수 있나. 남북한 간 이념 대립은 과거지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감성적 민족주의나 왜곡된 진보를 내세워 안보를 약화시키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특히 지도자급 인사들의 경우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느냐”는 식의 미숙한 현실인식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곤란하다.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포함한 대북 안보의식 강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