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믿을 건 美 국채뿐” 유로 뭉칫돈 대이동

입력 2012-05-31 21:52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추락하면서 마이너스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 수요가 대거 몰린 탓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덴마크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남유럽 국가에서 시작된 유로존 위기 불똥이 북유럽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채 수익률 급격히 추락=3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62%까지 떨어졌다. 194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64%로 1703년 첫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독일 국채는 2년물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경제강국의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쏠리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단기자금을 운영해야 하는 펀드들의 매입 수요로 이런 현상이 생긴다.

스페인 등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30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개인과 기업이 지난달 스페인 은행에서 315억 유로를 빼내 잔고가 1조6250억 유로에 그쳤다.

반면 시장의 집중 공격을 받는 스페인의 차입 부담은 연일 치솟고 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일 기록적인 6.675%까지 상승했다. 10년물 수익률이 6%를 계속 웃도는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신용분석기관인 스워드피시 리서치의 개리 젠킨스 대표는 FT에 “지금은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돈을 찾을 수단을 원할 뿐”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머지않아 독일과 미국이 자기네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해주는 비용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국 채권의 마이너스 금리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우울한 소식만 나온다. 프랑스 신용보험사들인 율러 에르메스와 코파스는 그리스 수출에 대한 보증을 전면 중단했다고 FT가 보도했다. 세계 양대 보험사가 유럽국에 대한 수출 보증을 동시에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덴마크까지 튄 불똥=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0일 단스크 방케, 지스케 방케 등 덴마크 9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이들 은행의 여신 건전성과 자금조달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은 1∼3단계 하향 조정됐으며 DLR 크레디트 은행의 경우 3단계 하락으로 정크본드 수준인 ‘Ba1’으로 떨어졌다.

한편 유럽연합(EU)의 신(新)재정협약의 비준을 위한 아일랜드 국민투표가 31일 실시됐다. 아일랜드는 의회 표결을 거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EU 회원국으로는 유일하게 신재정협약을 헌법 규정에 따라 국민투표에 회부했다.

최근 유로존 위기가 고조되면서 협약에 반대하는 민족주의 노선의 신페인당 지지율이 2위로 치솟는 등 통과 전망이 밝지 않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