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에게 ‘빛’을 노래하다… 국내 유일 시각장애인 합창단, 대전교도소 공연
입력 2012-05-31 22:03
장애를 극복한 시각장애인 합창단의 환상의 하모니는 재소자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갔다. 장애의 불편으로부터 자유로운 하모니가 제한된 공간에서의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감동의 무대’였다.
국내 유일의 시각장애인 합창단 ‘라파엘코러스’가 31일 대전교도소 내 교회당에서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한 ‘찾아가는 음악회’는 음악회 내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교회당을 꽉 메운 350여명의 기독교 청중들은 ‘세노야’ ‘향수’ 등 펼쳐진 14곡의 합창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합창단원들은 서울대 음대 작곡과 이돈응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공연은 단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이어서 지휘자 없이 진행됐다.
재소자 정성호(39·가명)씨는 “시각장애우들이 지휘자도 없이 멋진 합창을 펼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우리들의 삶에 부끄러움을 느꼈고 출소하면 남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합창 공연에 앞서 변동철(대전 주님의교회 담임) 목사가 ‘하나님의 하시고자 하는 일’이란 말씀의 설교를 했다.
라파엘코러스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장애인 창작 및 표현 활동 지원 사업’에 따라 마련됐다. 라파엘코러스 단원들은 서울·수원·인천·분당·안산 등에서 평소 생업인 안마에 종사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다가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연습실에서 연습을 해 왔다. 평균 나이는 45세다.
이 합창단은 2009년 창단돼 단원 29명(여성 18명)과 자원봉사자 40여명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김천소년교도소에서 가수 이승철과 함께 공연하는 재소자합창단의 모습을 보고 의욕적으로 재소자들을 위한 공연에 나서 지금까지 30여 차례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오는 22일엔 춘천소년원에서 공연을 펼친다.
라파엘코러스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청중을 감동시키면서 동상을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오리엔탈 컨센투스 세계합창대회에서는 1등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악보를 볼 수 없어 청음(聽音)훈련만을 거듭해 한 곡의 합창 레퍼토리를 완성한다. 따라서 정상인보다 시간이 2∼3배 걸리지만 소리에 예민한 감각과 평소 끊임없는 반복연습을 통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라파엘코러스 윤정선(57) 부단장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듣고 사랑으로 노래한다”면서 “재소자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꿈과 희망을 갖게 하고 자신들에게는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대전=글·사진 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