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더 선 기자들 신의주·평양 르포] “신체 잘려 찍히면 중대범죄” 김일성 동상 근접촬영 막아

입력 2012-05-31 18:58


선정적인 보도로 유명한 영국의 일간 ‘더 선’ 기자 2명이 북한 신의주와 평양을 방문한 취재기를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스 페케와 사이먼 존스 두 기자는 일주일 동안 북한에 머무르면서 인민대학습당, 만수대 등을 방문했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햄버거를 사먹는 등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했다. 이들은 방북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 중 상당 분량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일관돼 특별한 취재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국경을 거쳐 북한을 방문했다. 비자를 쉽게 얻기 위해 사업가로 신분을 속였고, 사업체 주소와 이메일 계정도 허위로 만들었다.

우선 신의주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이 묵은 6층짜리 호텔은 강변을 따라 서 있었다. 이들은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중국은 밝게 빛났지만 북한은 다른 행성 같았다. 가게와 식당간판이 전혀 보이지 않아 시내는 우중충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하다”고 북한에 대한 첫 인상을 피력했다. 북한이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 호텔을 지은 이유가 “중국인들이 북한 사람들이 잘산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김정일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는 전혀 없고, 마치 유령이 외롭게 걸어가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두 기자는 “1940년대 만들어진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이동했다. 320㎞를 가는데 6시간이 걸렸다. 주민들은 대부분 무릎이 푹푹 빠지는 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차 밖 사람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손을 흔들며 답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평양에 도착은 이들은 1995년에 건립된 양각도 호텔에 묵었다. 47층짜리 이 호텔에 묵을 때는 도청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했다. 종업원들은 팁을 단호히 거절했고 김정일 위원장 이름만 언급해도 울음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을 참배할 때는 근접 촬영을 금지당했으며 북측 안내원으로부터 이는 ‘대단히 심각한 범죄’라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그 이유가 사진에 김씨 부자의 신체가 잘려서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기자는 평양의 패스트푸드점인 ‘청년식당(Youth restaurant)’에서만 파는 햄버거를 먹어본 후 “빅맥을 본떠 만들었다고 안내원들이 얘기했지만 절대 쇠고기는 아니었다. 무슨 고기인지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다”고 털어놨다. 북한 최대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도 찾았다. 영국기자들은 “도서관 음악실에서 안내원이 영국 록 그룹 비틀스의 ‘옐로 서브마린’를 틀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비틀스를 아는 이 사람이 존 레논,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은 누군지 몰랐다”고 말했다.

평양 지하철을 이용한 영국 기자들은 북한 당국은 지하철이 2개 노선에 17개의 역이 있다고 말했지만 자신들 생각으로는 역이 3개에 불과한 것 같으며 외국인들이 방문할 때는 배우들을 역에 동원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400여만명의 북한 주민들은 매일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면서 평양시내는 김일성 부자 동상을 제외하고는 밤 11시만 되면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고 결론을 맺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