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더딘데… 나라밖서 긁은 카드액 사상 두번째

입력 2012-05-31 18:56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유럽발 위기는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국민의 해외 씀씀이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22억7300만 달러로 분기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3분기 사용액 22억96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1분기 사용액은 지난해 4분기 21억6100만 달러보다 5.2% 늘었다. 또 전년 동월대비로는 13.7%나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국인 출국자수가 늘어나면서 카드 해외 사용자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1인당 카드 사용금액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사용금액은 올 1분기 464달러로 전분기 453달러보다 2.4% 늘었으며 출국자수도 전분기 303만명에서 337만명으로 11.3% 늘었다.

보통 경기 동향과 내국인 출국자수 및 거주자 카드 해외 사용실적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아무래도 미뤄뒀던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늘어나기 마련이고 그에 비례해 카드 사용빈도와 사용액도 커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카드 해외 사용실적은 그해 2분기 18억77200만 달러에서 2009년 1분기 11억 달러로 급락했다. 이어 경기회복과 더불어 카드 해외 사용실적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3분기에는 23억 달러에 육박했다. 연간 내국인 출국자수도 한때 200만명대 이하로 추락했다가 2010년 하반기에 들어 300만명대로 회복했다.

그런데 지난해 전분기 대비 분기별 경제성장률 동향과 카드 해외 사용실적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성장률 동향은 ‘1.3→0.9→0.8→0.3→0.9%’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다 올 1분기에 오름세를 보였으나 카드 해외 사용실적은 지난해 4분기를 예외로 하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그래프 참조).

전분기 대비 올 1분기 성장률이 0.9%로 전분기 성장률 0.3%보다 크게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는 전분기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돼 있음을 감안하면 경기가 상승세로 반전됐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결국 경기는 아직 바닥을 다지기도 전인데 해외 카드 씀씀이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로 비거주자의 카드 국내사용금액은 전분기보다 줄어들었다. 올 1분기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10억85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4분기 11억9300만 달러보다 9.0% 줄었다. 비거주자 1인당 카드 사용금액도 411달러로 전분기보다 3.7% 줄었다. 거주자 1인당 카드 해외사용금액보다 한참 낮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전망 역시 낙관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내국인의 해외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